장마가 끝나고 봉숭아가 한창이다. 첫눈 올 때까지 주홍빛 초승달 모양으로 남아있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 때문에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봉숭아 물들이기. 예전처럼 흔하진 않지만 요즘도 첫사랑을 떠올리며 낭만에 젖기 위해 봉숭아물을 들이는 여성들이 많다. 얼마 전 뉴스에서도 어느 지역 자치단체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억의 봉숭아 물들이기’ 행사를 했다고 한다.


여름에 봉숭아 꽃의 꽃잎을 꺾어 백반[1]과 함께 짓이겨서 손톱 위에 올려놓고 봉지와 고무줄로 하룻밤 동안 묶어놓으면 이튿날 손톱이 붉게 물든다.

처음에는 주황에 가까운 다홍빛이지만, 점차 색이 손가락 부분부터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손톱과 손가락의 경계부분 모서리들이 거뭇해지면서 뭉치고, 손톱만 집중적으로 색이 진해진다. 이 과정 중에 검게 물든 부분은 몇 주 정도 지나면 다 없어진다.


매니큐어와는 다르게 식물을 이용하며 색이 벗겨지지 않는다.[2] 단점은 물이 다 빠지거나 계속 자라는 손톱을 깎으며 물든 부분이 사라질 때까지 이미 물들어있는 색을 지우지 못한다는 것.



그러나 한쪽에선 매니큐어를 칠하면 마취가 잘 되지 않는다거나, 봉숭아물을 들이면 수술을 앞두고 손톱을 뽑아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도대체 봉숭아물과 마취는 어떤 관계가 있길래 이런 소문이 나도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수술을 받는 환자는 수술 전에 의료진으로부터 매니큐어와 화장을 지우라는 주의사항을 듣게 된다. 그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매니큐어를 칠하거나 봉숭아물을 들이면 마취 자체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술을 받는 환자는 수술 전에 의료진으로부터 "매니큐어와 화장을 지우라"는 주의사항을 듣게 된다. 이는 마취를 할 때 매우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동맥혈 내 산소포화도가 90%이하로 떨어지는 저산소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저산소증이 나타났을 때 나타나는 소견 중의 하나가 손톱이나 발톱 또는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다. 손톱이나 발톱에 매니큐어를 발랐거나 봉숭아물이 들어있으면 의사들이 환자의 손톱이나 발톱의 색깔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입술에 바르는 립스틱도 이와 동일하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이 이를 마치 손톱과 입술에 무엇인가 칠해져 있으면 마취제의 약효가 발휘되지 않는다고 오해했던 것이 와전되어 저런 형태의 도시전설로 퍼진 듯하다.

하지만 봉숭아물을 들였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저산소증 여부를 알아보는 맥박산소포화도 검사는 손톱 뿐만 아니라 발톱이나 귓불을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을 뿐더러, 동맥에서 뽑은 피를 검사하여 저산소증여부를 알 수 있으므로 봉숭아물 때문에 의료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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